묘항현령(猫項懸鈴) -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실행하지 못할 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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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항현령(猫項懸鈴) -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실행하지 못할 공론

묘항현령(猫項懸鈴) -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실행하지 못할 공론

[고양이 묘(犭/9) 항목 항(頁/3) 달 현(心/16) 방울 령(金/5)]

고양이는 귀엽고 영리하게 생겼다. 伴侶(반려)동물 중에서도 개 다음으로 인기가 높아 전 세계에서 2억 마리가 사육된다고 한다. 고양이를 죽이거나 소중히 다루지 않으면 불행이 찾아온다는 민화는 각국에서 전해온다. 고양이가 사람에게 가장 도움을 주는 것은 주변에 쥐를 얼씬하지 못하게 하는 점이다. 다 함께 사람 주변에 살지만 음식을 훔치고 병균을 옮기는 쥐를 쥐죽은 듯 고요하게 하는 능력을 지녔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 덕을 잊고 살아 ‘고양이 덕과 며느리 덕은 알지 못한다’는 말이 남았다.

무서운 사람 앞에서 설설 기면서 꼼짝 못한다는 비유로 ‘쥐가 고양이를 만난 격’이란 속담을 쓴다. 쥐들은 사람들은 문제없이 눈을 피하며 먹을 것을 조달할 수 있는데 고양이는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오그라든다. 쥐들은 어느 날 모두 모여 대책회의를 했다. ‘곳집을 뚫고 쌀광 속에 들어가 살면 기름지게 살 수 있을 텐데 단지 고양이 때문에 두렵다(穿庾捿廩 生活可潤 但所怕 獨猫而已/ 천유서름 생활가윤 단소파 독묘이이)’며 이래서야 되겠는가 하고 울분을 토했다. 捿는 棲(서)와 같이 깃들일 서, 庾(유)와 廩(름)은 모두 곳집, 물건을 보관하던 창고다. 怕는 두려워할 파.

한 마리 쥐가 나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면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하자 모두 좋은 의견이라며 박수를 쳤다. 어른 쥐가 점잖게 말했다. ‘옳은 이야기이나 누가 우리를 위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느냐(是則是矣 然猫項 誰能爲我懸鈴耶/ 시즉시의 연묘항 수능위아현령야)?’ 모든 쥐들이 입을 다물고 말았다. 조선 중기 宋世琳(송세림)이 편찬한 한문 소화집 ‘禦眠楯(어면순)’에 실린 이야기다. ‘잠을 쫓는 방패’라는 뜻으로 육담도 많이 있어 古今笑叢(고금소총)을 이루는 책이기도 하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란 속담을 번역하여 旬五志(순오지)와 松南雜識(송남잡지) 등에도 나온다. 猫頭懸鈴(묘두현령)이라고도 한다.

단체원들이 모여 어떤 현안에 대해 의견을 말하라 할 때 갑론을박 묘안을 펼친다. 그러나 막상 책임을 맡아 실행방안을 말해 보라 하면 대부분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이론적으로는 훤히 알아도 실천은 어렵다. 卓上空論(탁상공론)이 된다. 한 조직의 비리 사실을 밝히면 바르게 고쳐질 수 있는데도 따돌림과 돌아올 보복이 두려워 총대를 멜 사람이 좀처럼 나서지 않는다. 미투(MeToo) 운동이 불붙다 확산이 주춤거리는 것도 방울을 달기가 어려울 뿐더러 불이익을 감당키 어렵기 때문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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